토4. 글쓰는 시간/9to6
제2의 눈. v 1.2
진리의서재
2021. 2. 5. 12:09
분주히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사람들 사이에 가벼운 부딪침이 있습니다.
"아이코, 죄송해요"
과장된 크기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은 벽을 훝어내립니다.
손가락이 버튼 사이를 오가며, 익숙한 듯 버튼을 찾아냅니다.
도톰이 올라온 글자를 읽어가며, 올라가야 할 층의 숫자를 누릅니다.
시각장애인인지 전혀 몰랐지만,
버튼과 나누는 그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으니,
새겨진 점자를 미처 보지 못했던 제 시야가 밝아지고,
세상을 읽어내는 그 손가락은 시각을 가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모르고 살았지만,
삶의 모습 한 조각이 제 손가락에도 눈이 있음을 깨우쳐 줍니다.
환자의 손목에 손가락 세 마디를 올리고,
증기기관같은 호흡이 뿜어내는 이야기,
기운이 다가오며 전해지는 분위기,
혈이 다가오며 웅얼거리는 소리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내 맥은 어때요?'에 담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존재하는 것의 실루엣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니 여기서는 손가락의 감각으로,
꼼꼼히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