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늘 어렵다.
책을 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다음 책을 뚝딱 써내는 작가들을 보면 신기하다.
물론 그분들도 엄청 머리를 쥐어짜면서 고생했겠지만,
어나더 레벨이신 그들의 손가락에는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비밀 열쇠라도 있는 듯,
글이 줄줄 흘러나온다.
"글 나와라 뚝딱!"
선천적으로 글을 잘 쓰는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이야기의 배경이 펼쳐지고,
피부는 수시로 변하는 분위기를 느끼며,
숨결로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허공을 떠다니는 미세먼지만 걸러내듯,
무질서한 멍 때림 속에서도 단어들을 낚아낸다.
천재들...
후천적으로는,
많은 글을 읽고 쓰고 고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데,
이야기를 찾아내느라 예민해진 감각은 피부를 긁어야만 진정이 되듯,
타자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야만 시원해지는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병세가 점점 깊어지는데,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 밤잠도 마다하지 않고 써내려간다.
글이 술술 풀리기라도 하면 완치라도 된 양 평온한 미소를 지어보지만,
자판이 긴 쉼을 견디지 못할 때는 화장실에서 끙끙대는 변비 환자의 모양이다.
이러한 병세는 어떤 질병학 책에도 실려있지 않지만,
많은 작가들이 실제로 이러한 병을 앓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방대한 글들을 어떻게 썼겠는가.
나는 그 병에 걸리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A4 한 장 반 쓰려고 뒹굴거리고 머리를 쥐어짜곤 하지만,
글 쓰기 어려움에 머리털 뜯는 게 낫지,
작가들만이 걸린다는 그 병의 고통은 모르는 게 낫다.
그 병에 걸리지 않아 내가 글을 잘 못 쓰는 것이라고
혼자 우겨본다.
하하하 그래도 전혀
위로는 안된다 ㅠ.ㅠ
괜히 머리카락만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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