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히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사람들 사이에 가벼운 부딪침이 있습니다.
"아이쿠, 죄송해요"
과장된 크기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은 벽을 훝어내립니다.
손가락이 버튼 사이를 오가며, 익숙한 듯 버튼을 찾아갑니다.
도톰이 올라온 글자를 읽어가다가, 올라가야 할 층을 누릅니다.
시각장애인인지 전혀 몰랐지만,
버튼과 나누는 대화를 바라보고 있으니, 제 시야도 조금씩 밝아집니다.
그렇게 세상을 읽어내는 두 번째 손가락은
제2의 눈이 됩니다.
.....................
김소연. 마음사전. 어둠
전등불을 갑자기 끄면 사방은 칠흑이지만, 이내 그곳에도 빛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물들의 실루엣이 보이다가 사물들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마음이 칠흑일 때, 차라리 마음의 눈을 감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길 차분하게 기다린다면, 그리곤 점자책을 읽듯 손끝으로 따라간다면, 이내 사물을 읽을 수 있고,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밞음 속에서 읽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온 마음으로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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